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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문화 제대로 알고 계신가요? - 주례에 관하여

베틀한복 2009. 12. 7. 16:32

근래에는 결혼식이라고 함은 전통적인 혼례를 생각하기 보다는 서양식 웨딩홀에서 서양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혼례식을 올리 것이 당연한듯 되어버렸죠.

아는 분에게 주례사를 부탁하거나 5만원을 내고 모르는 사람에게 주례를 듣는 허례허식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오늘부터 저는 결혼식에 있어서 잘못된 문화를 하나씩 하나씩 꼬집어 보고자 합니다.

우선, 결혼식 과정부터 하나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지요.

사실 웨딩 관련 업종에서 종사하지 않으면 모르는 이야기가 꽤 많답니다.

우선, 결혼 전반적인 준비를 얘기해버리면,

오늘 안에 포스팅이 안 끝날지도 모르니...

예식장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과정을 얘기해 볼게요.


예식 30분 전부터 준비가 시작됩니다. 사회자와 주례자는 사전에 어떤 식으로 진행할 것인지 협의를 하구요.

10분~ 5분 전부터 잔잔한 음악이 연주됩니다. 사회자가 내빈들에게 입장하라고 얘기를 하고,

사람들이 어느정도 모이고 예식 시작 시간이 되면, 사회자가 인사를 하고.. 짧막하게 주례자 소개 및 주례자 입장을 합니다.

양가 혼주가 나와서 화촉을 점화하고 1분간에 걸쳐 신랑이 입장한 후 2분간에 걸쳐 신부가 입장합니다.

두 사람이 맞절하고, 주례자가 혼인서약서와 혼인선언문을 읽습니다. 이 후 주례자의 주례사가 약 10분 정도 이어집니다.

주례사가 끝나면 신랑 신부의 양가 부모 및 내빈에게 인사를 하고, 신랑/신부 행진을 합니다.

이후엔 가족/내빈들과 사진도 찍고, 부케도 던지고 그러죠.


어느 예식장을 가던... 누구의 결혼식을 가던지, 예식은 거의 다 제가 얘기한 내용 속에 있습니다.

물론, 이벤트라던지, 축가라던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지만요. ^^


제가 얘기하고자 하는 부분은.. 주례에 관한 부분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결혼 문화는 굉장히 독특한 절차를 갖고 있습니다.

우선, 주례라는 것은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에만 존재합니다.

전통혼례에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일제 강점기 시절 이후에 등장했지요.

왜? 어디서? 어떻게? 다른 나라에도 없는 주례라는 것이 생긴걸까요?


천주교에서는 신부가, 유태교에서는 랍비가, 개신교에서는 목사가 주례의 역할을 합니다만..

이들은 결혼식에서 주례사를 읊는 존재가 아닌 종교적 가치관에서 결혼을 인정하고 허락해주는 존재입니다.


그럼.. 주례는 무엇일까요?

일본 강점기 시절에 징병을 피하기 위해서 혼례식을 올리는 사람이 많아지다보니,

그것을 감시하기 위해서 모든 혼례식에는 조선총독부에서 사람을 보내어 주례의 역할을 하게 하였습니다.



그럼... 일본에는 주례가 있을까요?

친구 중에 일본인이 있어서 물어보았습니다. "일본에서도 결혼할 때 주례가 있어?"

친구 왈 "주례가 뭐냐?" 라고 묻기에 친절하게 설명해주었습니다.

'결혼식할때 신부나 목사처럼 신랑 신부 위 단상에 서서 덕담도 해주고, 결혼도 선포해주는 사람이다'라고 하니..

"그런건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일본의 결혼식 절차를 살펴보았습니다.

크게 네가지 부류의 결혼식이 있습니다.. 대략적으로 설명해드리면,

불교적 결혼식, 기독교적 결혼식, 재례적 결혼식, 자유결혼식.. 입니다.


어디에도 주례는 없습니다.

교회식에서 흘러들어왔다라는 설도 있고, 조선총독부의 감시 라는 설도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명확하게 이것이다. 라고 정의되어 있는 문서는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근래에는 주례 없는 결혼식도 유행을 하고 있더군요.

전통혼례를 올리는 젊은 사람들도 많아졌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지루하다고 하여 기피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젠 웨딩드레스를 입어야만 결혼식이라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한국의 결혼문화는 특정한 패턴을 자리잡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젠 바꾸려고 해도 쉽사리 바뀌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꽃과 나비를 한땀 한땀 정성스레 수놓은 분홍색 신부저고리와 붉은색 배자를 입은 신랑한복


문화라는 것은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떻게 변천되었고,.. 다양한 종류가 있기에,

받아들여야할 부분은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고쳐야 할 부분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고쳐야하는 것이 아닐까요?

전 웨딩드레스나 턱시도도 멋지긴 하지만, 멋진 신랑 한복과 신부 한복을 입는 

말도 없고 탈도 없는 전통혼례를 좋아합니다.

 

꽃무늬가 아름답게 은박된 흉배를 가운데 붙인 고급스러운 남색 원단으로 만든 배자

 

 

 

볼거리도 많다고 생각하며, 한국적인 느낌이 살아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요. ^^;

왠지 주례라는 단어가 거부감 느껴지다보니.. 물론, 종교식으로 하는 것도 괜찮겠지만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일 뿐입니다. 판단은 각자 원하는 방식으로 하여야겠지요.

 

고급스러운 광택이 나는 양단으로 만든 배자와 저고리, 같은 원단으로 만든 커플 느낌의 한복

 

 

우리에겐 우리 고유의 옷이 제일 잘 어울리지 않을까요?

 

반만년동안의 역사가 이어져왔고, 삼국시대던 조선시대던 고려시대던, 다른 듯 같은 느낌의 옷을 입고 살아온 우리지만..

 

1910년을 전 후로 우리 고유의 문화는 달라져도 너무도 달라져버렸습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을 수는 없지만, 잃어버린 문화는 되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찾을 수 없다면 적어도 찾는 노력은 해야하지 않을까요..

 

초등학교에서는 한복에 관하여 끈임없이 숙제를 내줍니다.

 

우리 것을 알리기 위해서 선생님들은 꾸준히 노력을 하십니다. 입으라고도 하고, 문화를 알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정작 학교를 다 졸업한 우리 성인들은 옛것이나, 전통적인 것은 촌스럽다고 생각하고 있진 않은가요.

 

지난 시간을 되찾을 수도 없고, 문화가 흐르고자 하는 방향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써야하고, 대중과 다르게 튀는 것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대로 된 것은 알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보면서 글을 마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